뜨뜻미지근한 바람이 스치우는 날에는 언제나 불길한 일 투성이다. 예증하여 생각해보자. 영웅이란 이름 아래에 사람들의 거대한 소망과 희망을 짊어진 불씨가 바람을 타고 열기를 산재한다. 그러므로 사람들은 타올려진 마음에 쉽게 감화하여 찬미를 칭송하고, 칭예하며, 우레와 같은 탄복을 터트린 채 환희에 물든다. 까맣게 타버린 거무튀튀한 잿더미가 아닌 그 위쪽 불꽃에 더욱 열광하듯. 이토록 영웅의 어두운 면모는 철저히 배제당한 채로 괄시한다. 익숙한 일이다. 코코는 누군가의 평가절하로 추락할 가벼운 위치의 나그네가 아니었다. 상처받을 일 따윈 없다, 베어낸 마물이나 자신의 인간성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니.
하지만 그의 주변은 제법 달리 생각하는 모양이다. 암흑이 몰아쳐도 밤이라 생각하며 새벽을 업은 채 걸음하는 이들은 제가 희게 질려가는 것이라 판단하랴, 그럼에도 세계의 골병에 자신을 보내는 것이 미안한가 눈치를 보랴 바빴다. 분명 자신은 괜찮았다. 그러니 이번에도 괜찮으리라 생각한 게 실수였다.
리디 란에서 꽃밭을 구르느라 묻은 꿀이나 꽃가루 따위에서 잘못된 건지, 별안간 처음 보는 마물에게 방책 하나 안 세우고 무턱대고 달려든 것부터가 잘못이었는지 알 턱이 없다. 에테르가 복잡하게 뒤얽혀 생긴 저주이므로 온전하게 감당해야 할 것이라는 게 제 1세계의 지고하신 마녀 마토야의 처방이었다. 당장이라도 같은 견본을 구하려 이를 바득대던 알리제를 말리고 나서 듣자 하니, 즉사의 염려는 없으나 유예와도 같은 것이라 이렇게 된 김에 푹 쉬라는 소리나 들으며 여관방에 저를 꾸역꾸역 밀어 넣었다.
물론 이때까지도 본인은 괜찮았다. 아니, 괜찮았었다. 시한부 취급이라기엔 과도하지 않으냐 조목조목 따질 수도 있었으나 그러하지 않았다. 이유는 딱히 찾을 필요 없다. 그저 고개를 느릿하게 끄떡이고, 걸음을 옮겨 피딱지나 혈액이 굳어 버석대는 신체 일부를 움직이기만 하면 끝날 일이기 때문이었다. 분명 그랬었는데,
C.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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